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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제 하늘에 맡긴다”···의료공백 한 달, 분노가 절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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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작성일24-03-20 14:34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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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씨(69)의 가족은 세 명이 중증 질환을 앓고 있다. 첫째 아들(40)은 간경화 말기이고 막내 여동생(56)은 췌장암으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도 동맥경화증 환자다. 그런만큼 이씨 가족은 의료 공백 사태 장기화를 겪으며 느끼는 절망감이 깊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첫째 아들이 갑작스럽게 간 수치가 올라가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갔지만 의료진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들이 2년 동안 입에도 안 대던 술을 먹어요. 앞날이 막막한데…. 살아서 뭐 하냐는 거예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지난달 19일 집단사직 등으로 병원을 비운 지 꼬박 한 달이 흘렀다. 병원과 의사가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중증환자들은 응급입원·수술이 기약 없이 밀리면서 분노와 불안을 넘어 절망과 체념 상태라고 했다. 의사 집단을 향했던 원망은 타협점이나 출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정부로 옮겨가고 있다. 경향신문이 18일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들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라거나 이제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라며 갑갑함을 토로했다.
이씨는 환자 이야기를 하는 곳이 아무 데도 없다면서 울분을 터뜨렸다.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그는 (초기에는) 의례적으로나마 언론에서 환자들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졌다면서 이 사태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 너무 겁이 난다라고 말했다. 그는 종교가 없는데 하나님께라도 빌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기도하며 지낸다고도 했다. 그는 다른 환자들과 함께 전공의 집마다 찾아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준비 없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도 대안 없이 밀어붙이기만 했다고 말했다.
전립선암 3기로 지난달 28일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최모씨(65)도 정부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최씨는 2000명이라는 숫자만 고집할 게 아니라 의사들이 원하는 게 뭔지 대화를 해야 사태가 해결될 것 아닌가라며 암 환자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인질극을 벌이는 건 의사나 정부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할 수 있는 건 식단을 관리하는 것뿐이라며 집에 있으면 두려움이 시시때때로 엄습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 정말 하늘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A씨는 생명이 위독한 부친에게 장기를 이식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언제 수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고 했다. ‘의대 교수 집단 사직’의 향방에 따라 수술이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어서다. A씨는 의사가 ‘이번 주 내로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방향이 결정된 뒤 수술 날짜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아버지가) 이식을 받지 못하면 얼마 못산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최악의 경우 수술을 못할 수도 있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달 전 울산에서 상경해 입원한 아내를 돌보고 있는 B씨는 전공의가 없으니 수시로 회진도 오지 않고, 새로 왔다는 의사는 간단한 처치도 서툴러 보였다라며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를 낼 수 있다고 하니, 일반 종합 병원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모씨(35)는 망막아세포종에 걸려 항암 치료를 받는 20개월 아이를 둔 엄마다. 김씨는 약물을 사용하는 검사도 제때 못해 아이 상황을 점검하기도 어렵고 많이 불안하다라며 교수들마저 그만둔다고 하면 여기서 치료받는 아이들은 생사가 달렸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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