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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민정
작성일24-03-11 16:13 조회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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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컨디션도 괜찮고 즐거운 펜션의 느낌이였습니다.

가족들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다 왔습니다.


















도대체 누구냐는 듯 서로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범인을 색출하는데 노트북 모니터에 시선을 박고 있던 우진이 자연스럽게 슈트 안 주머니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낸다. 그러곤 긴 손가락으로 툭 터치해 알람을 껐다.

범인은, 다름 아닌 그였던 것이다.

한순간 아찔하여 바짝 쪼그라든 중역들의 마음도 모르고 그는 태연하게  스타토토사이트 웃기까지 한다. 아니, 그에게 회의 도중 알람을 맞춰놓을 만큼 중요한 일이 도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

대부분 그의 스케줄 조정은 박 실장이 하고 있기에 그는 이렇게 알람을 맞춰놓을 이유가 없었다. 머릿속을 맴도는 의문도 잠시, 우진은 천천히 일어나 회의의 끝을 알렸다.

“그럼 다음 주에 봅시다. 김 이사는 다음 주까지 그 기획안 수정해오세요.”

“네, 네. 전무님.”

그렇게 우진은 회의실 문을 나섰다. 그러곤 사무실로 오는 동안 곁에 따라붙은 박 실장에게 지시했다.

“나 월요일, 화요일 휴가를 좀 써야겠는데. 혹시 미팅 미룰 수 있나?”

“휴, 휴가요?”

놀란 박 실장이 흔들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우진이 휴가라는 롤토토사이트 입에 올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혼식 등등, 부득이하게 쉬어야 하는 경우 스케줄 조정을 하긴 했지만 서우진 인생에 ‘휴가’따윈 없었다.

그만큼 그는 대단한 워커 홀릭이었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휴가를 갈 때조차도 그는 굳건히 자리를 지켰으니까.

그런데, 그런 우진의 입에서 ‘휴가’라는 단어가 흘러나왔으니 박 실장이 놀랄 수밖에.

“내가 알기론 미팅이 두 개 정도 있던데. 조정할 수 있지?”

“아, 네. 전부 사내 미팅이라 충분히.”

“그럼 조정해요.”

네, 라고 대답을 하는데 사무실로 들어가기 직전 다시 우진이 박 실장을 돌아보며 통보했다.

“나 퇴근하는데 혼자 갈게요.”

그가 사라지고 박 실장은 놀란 얼굴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오후 3시였다.

* * *

우진은 사무실로 들어와 서둘러 차 키를 챙겨 들었다.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한 사람치곤 무척이나 평화롭다 못해 즐거운 모습이다.

그는 다시 핸드폰 앱을 열어 날짜를 확인했다. 분명, 오늘이다. 오늘이 바로 롤베팅 임신을 한 지 16주가 되는 날이었다. 그 말은 곧 그녀와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생각을 하자 우진은 벌써부터 뜨거운 피가 아래로 몰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안 후부터 지금까지 본의 아니게 도를 닦아야 했던 그는 오늘을 잊지 않기 위해 알람까지 맞추는 열성을 보였다.

그리고 일찍 퇴근해 오늘 오후부터 주말을 끼고 화요일까지 태은과 강원도 별장에 다녀올 예정이었다. 지금까지 줄곧 너무 바빠 크게 신경을 써주지 못했던 탓이다. 다른 여자들은 밤에도 갑자기 일어나 뭔가가 먹고 싶다며 남편을 조른다던데, 태은은 그런 것도 없었다.

아무리 입덧이 심하다고 해도 왜 먹고 싶은 게 없겠나.

투정도 부릴 줄 몰라서 안 부리는 게 아니다. 바쁜 그를 위해 참고 있는 것일 뿐.

그래서 우진은 앞으로 사흘을 오롯이 그녀를 위해 보낼 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신혼여행을 가지 못해 미안하던 참이라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임신 중이니 강원도 별장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한 마디로 태교 여행이었다.

게다가 정 회장 소유로 되어 있는 강원도 별장은 근처에 바닷가부터 롤배팅 절경이라 힐링을 하기엔 아주 그만인 장소였다.

핸드폰을 들었다.

“응. 태은아. 뭐 했어?”

묻는 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웠고.

“나 지금 집에 가. 짐 싸둬. 여행가게.”

사무실을 나서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 * *

갑자기 전화를 받은 태은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 가서 화요일 날 돌아온다고 했으니 넉넉하게 5일분의 옷을 챙겨야 했다. 그런데 깜빡 잊고 어디로 가는지는 묻지 않았다.

“갑자기, 여행이라고?”

뜬금없어 처음엔 다소 당황했지만 짐을 싸다 보니 소소한 흥분감이 고개를 치켜든다. 결혼 전에는 여행이란 걸 갈 여유가 없었고, 결혼 후에는 우진의 바쁜 스케줄로 인해 신혼여행도 제대로 가지 못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행이라니.

두 개의 슈트케이스를 놓고 제 것과 남편 것을 챙겨 넣는 그녀의 손길이 분주했다. 그렇게 짐을 다 쌌을 무렵, 현관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우진이 온 모양이다.

“태은아.”

“여보, 나 여기.”

드레스 룸으로 들어온 우진이 열어놓은 슈트케이스를 보며 물었다.

“다 챙겼어?”

“응. 챙긴다고 챙겼는데 너무 급하게 챙겨서 스타베팅 게 있을지도 몰라요.”

“괜찮아. 없으면 사지, 뭐. 나 옷만 갈아입고 바로 출발하자.”

“나도 옷 갈아입어야 돼.”

두 사람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제 함께한 지 일 년이 넘다 보니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었다. 태은이 원피를 입자 우진은 급하게 셔츠를 꿰어 입다 말고 그녀의 원피스 지퍼를 올려주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아주 환상적인 콤비다.

우진이 슈트케이스를 가지고 나오자 현관을 나서려는 두 사람에게 롤드컵토토 여사가 뭔가를 건네주었다.

“이거 가시면서 드세요. 혹시 몰라서 샌드위치하고 간식거리 좀 넣었어요.”

“고마워요. 홍 여사님.”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탔다. 차가 부드럽게 출발하자 우진은 자유로운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끌어 손깍지를 꼈다.

“운전 집중해.”

“집중하고 있어. 난 이래야 집중이 잘 되거든.”

“근데 갑자기 웬 여행이에요?”

“우리 신혼여행도 못 갔잖아. 그래서 항상 언젠가는 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롤토토 임신해서 미뤘고. 비행기는 아직 위험할 것 같으니 강원도 별장이라도 갔다 오면 좋겠다 싶었지. 태교 여행이라 생각해.”

“회사는?”

“휴가.”

“당신이 휴가를 냈어? 박 실장님이 많이 놀랐겠네.”

“아, 그게 놀란 얼굴이었구나.”

태은의 말을 듣고서야 더듬더듬 되묻던 박 실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곧 그의 머릿속에선 금세 지워졌다. 곁에 그녀가 있을 땐 다른 생각을 하기 힘들었다.

“좋아?”

“좋지. 대학 때 가 본 MT 빼곤 여행이 처음인데. 당신은?”

“나는…….”

그는 말을 하기 좀 망설였다. 그도 여행을 많이 가보진 못했다. 그럴 여유와 시간이 없었다는 게 맞겠다. 서진이 사고를 당한 후엔 그럴 자격이 없다 생각해 미국에서 미친 듯이 공부만 했고, 졸업을 하고는 바로 경영선에 뛰어들었다.

그때부턴 비즈니스를 위한 출장은 많이 가봤을지언정 여행을 가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출장지에서 여행을 와 힐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 사람들이 부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녀도 여행을 모르고 살았단다.

하지만 그와는 또 다른 뜻이라 대답이 망설여졌다.

단 한 번도 네 세상과 내 세상이 다르다고 생각해본 스타토토 없었는데.

너는, 그런 세상에 살았구나.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라도 그를 만나서, 너를 그 지옥에서 꺼내줄 수 있었던 게 바로 나라서.

“출장은 많이 갔지. 근데 나도 여행을 가보진 못했던 것 같아.”

“그래도 출장 중 여유가 생기면 여기저기 보고 다니지 않았어요?”

“아니. 그런 여유가 없었어. 출장 스케줄은 늘 빡빡했거든. 아, 홀덤사이트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신 적은 있었지.”

“그럼 당신도 나도, 첫 여행이네.”

그녀의 입꼬리에 공통점을 찾았다는 듯 보기 좋은 웃음이 매달렸다. 우진은 온라인홀덤 태은을 바라보며 그녀 옆에 있는 창문을 내렸다. 이제 막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들어와 그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얼굴로 긴 생머리를 흩날린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우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앞으로는 자주 가자. 아이 낳으면 더 자주.”

“당신 바쁘잖아.”

“시간 낼 거야. 너랑 애들을 위해서라면.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리스트 작성해놔. 하나하나 다 하게.”

“진짜?”

“언제 내가 빈말하는 거 봤나. 당신 장원 가 사람이야. 하기 싫어 안 하는 건 있어도 하고 싶은데 못 하는 건 없어야지. 그게, 내 세상이야. 그러니 당신도 그래야 해.”

빈말이라도 그 소리가 듣기 좋은 듯 태은이 또 배시시 웃었다.

저 하나 믿고 제 세상으로 넘어온 여자였다. 그러니 이젠 하고 홀덤사이트 여유가 없어 그녀가 못 하는 게 없도록 모든 것을 다 해줄 생각이었다.

“근데 우진 씨, 나 화장실 가고 싶어. 가다가 휴게소 온라인홀덤 안 돼요?”

하나가 아닌 둘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들보다 배가 조금 더 나온 태은은 요즘 들어 화장실을 부쩍 자주 갔다. 자다가도 일어나 화장실 가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이 크면서 방광을 누르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왜 안 돼. 10분만 가면 첫 휴게소야. 들렀다 가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속도를 올렸고 10분 거리를 8분으로 단축했다. 태은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들어갔고, 그는 그 앞에서 그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화장실 앞이 계단이라 우진은 그녀가 잘 내려올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주었다.

그런데 태은이 내려오다 말고 멈칫하며 고개를 돌린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타고 달콤하고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진동을 했던 것이다.

“먹고 싶어?”

“먹어도 돼요?”

“왜 못 먹어? 말했잖아.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그럼 우리 여기서 군것질 좀 하고 가요. 혜진이가 예전에 그랬는데 휴게소 음식이 은근히 맛있대.”

우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그녀의 손을 잡고 방향을 돌렸다. 군고구마부터 안에 슈크림이 들어간 빵, 닭꼬치까지.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던 태은은 결국 뭘 먹어야 할지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한 바퀴를 쭉 돌고 말았다.

이에 우진은 태은을 야외에 있는 빈 테이블에 앉혔다. 요즘 들어 무거워진 몸 때문에 다리가 잘 붓기 때문이다.

“앉아 있어. 내가 알아서 사 올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앉아 얌전히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우진이 나타났을 때 태은은 입을 쫙 벌렸다.

“이게 다…….”

“뭘 고민해? 다 먹으면 되지. 우동하고 김밥도 시켰어. 당신 아까 그거 볼 때 군침 삼키는 것 같아서.”

4인용 테이블이 꽉 찰 만큼 음식이 넘쳤다. 그녀가 시선을 주었던 것들을 그가 하나씩 다 사 왔던 것이다. 벨 소리가 들리자 우진은 우동과 김밥이 나왔다며 마지막 음식까지 완벽하게 테이블에 세팅을 해주었다.

“이걸 어떻게 다 먹어.”

“먹을 만큼만 먹어. 다 먹으라고 사 온 거 아니야. 그래도 맛은 봐. 요새는 입덧 많이 안 하잖아.”

“고마워요.”

태은은 작게 속삭이며 손을 뻗었다. 제일 먼저 움켜쥔 것은 닭꼬치였다.

“음. 맛있어. 진짜 맛있어.”

닭꼬치 하나에 저렇게 행복해할 수 있다니. 진작 사줄걸.

그런데 그때 가을바람이 다시 그녀의 머리를 흩날렸다. 제멋대로 날리는 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태은이 부단히 애를 썼지만 바람을 이겨 낼 수는 없었다.

“머리 끈 있어?”

“차, 핸드백에.”

“기다려.”

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앞에 주차해놓은 차 문을 열고 그녀의 핸드백을 뒤져 검은 머리 끈을 하나 찾아냈다. 그러곤 다시 돌아와 그녀의 뒤에 서서 어설픈 솜씨로 날리는 그녀의 머리를 손에 쥔다. 행여나 아플까, 너무도 조심스러운 손짓이었다.

머리를 검은 끈으로 고정시킨 후 그는 열심히 닭꼬치를 오물거리는 그녀 곁에 앉았다. 방해하는 머리카락이 없자 조금 더 자유로워진 태은은 그에게 먹던 닭꼬치를 내밀며 물었다.

“당신도 한 입 할래? 진짜 맛있어.”

그 모습에 우진은 웃음이 났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턱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했다.

“아니, 난 소스만 좀 맛봐도 될 것 같아.”

그가 입술을 내렸다. 그러곤 그녀의 입가 한쪽에 묻은 빨간 소스를 진하게 핥아 먹었다. 놀란 태은이 본능적으로 물러서려 했지만 이미 그에게 턱을 붙들려 그럴 수가 없었다. 적나라한 그의 움직임이 서늘한 가을바람 사이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맘껏 물고 빨다 고개를 들었을 땐, 태은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가 씩 웃으며 다시 입술을 내리려 하자 그녀가 꼭 틀어쥔 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쳤다. 하지만 타격감 따윈 1도 없는 주먹질이었다.

그가 웃는다.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창피하다고 투덜대는 그녀가 너무 예뻐서, 그러면서도 꼭 틀어쥔 닭꼬치는 절대 놓지 않는 그녀가 환장하게 귀여워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가슴에 뜨끈한 감정이 밀려온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가 그의 세상으로 넘어온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가 그녀의 세상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그녀는, 그의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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