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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울타리 따라 생긴 ‘죽음의 선’···누가 산양을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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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작성일24-03-28 09:14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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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가 산양의 이동을 막아 집단 폐사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양의 생태를 지속해서 관찰해온 연구자와 시민단체들은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 죽어 나가는데도 환경부는 현장의 목소리조차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생명다양성재단과 녹색연합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ASF 울타리와 야생동물 이동 저해 문제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단체들은 올겨울 폐사한 산양의 사체들이 ASF 울타리를 따라 발견됐다면서 정부가 울타리가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에 1831㎞에 달하는 광역 울타리를 설치했다. 야생멧돼지의 이동을 막기 위해 설치한 울타리지만, 산양도 인스타 팔로워 함께 갇히면서 여러 마리가 폐사했다. 울타리를 넘다 다리가 걸려 그대로 사망한 개체, 도로로 내몰려 차에 치인 개체, 울타리에 끼어 탈진해 사망한 개체가 확인됐다. 산양은 전국에 2000여마리가 사는데 2019년부터 올해 3월까지만 545마리가 죽었다. 올겨울엔 277마리가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단체들은 집단 폐사의 가장 큰 원인은 폭설이지만, ASF 울타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7차례 모니터링을 한 결과 지방도 제453선과 국도 제44선, 미시령도로 근처에서 대부분의 사체가 발견됐다면서 이 선은 고스란히 울타리와 겹쳐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울타리에 막혀 도로를 전전하는 산양의 영상을 공개하며 울타리가 미치는 악영향이 분명한 상황임에도 환경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질의에 답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ASF 울타리의 방역 효과가 왜곡·과장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2018년 영국의 학술지 ‘British Ecological Societ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울타리와 같은 긴 영구울타리의 효과는 적용에 있어 불확실성이 크며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다고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과 벨기에의 울타리는 300㎞지만 한국의 울타리는 이보다 최대 6배 길다. 호세 마누엘 산체스 비스카이노 세계동물보건기구 ASF 표준연구소장도 한국의 ASF 울타리가 규격을 지키지 못했다고 엉터리라 비판한 바 있다.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확실한 건 야생동물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환경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예정에 없던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울타리 관리,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한 개선 간담회’를 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산하기관과 관련 전문가들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고 했다. 울타리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 상황을 현장에서 모니터링해온 시민단체들을 초대받지 못했다. 간담회에선 주민 불편 해소방안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파악됐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팀장은 환경부 간담회를 보며 정부가 더는 논의 테이블에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올려놓으려 하지 않는 인스타 팔로워 것처럼 느껴졌다면서 펜스 설치 때 이미 악영향에 대한 연구가 되어있어야 했는데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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