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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서
작성일24-02-2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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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다 왔습니다.
다른분들도 후기를 보시고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샤르티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 사람은, 날 죽일 생각이 없어.’
그럼에도 다르한 브리덴드는 위험해 보였다.
눈앞에서 검을 휘두르는 자보다 품속에 검을 감춘 자가 더 무서운 법이었다.
‘어쩌지.’
다르한 브리덴드가 혼자 내려왔다고 정말 그가 혼자겠는가.
위에 올라가면 그녀를 잡을 기사들이 진을 치고 있을 터였다.
샤르티는 마른침을 삼켰다.
당장 떠오르는 방법이랄게 없었다.
“생각할 게 많아 보이는군. 그래, 궁금하겠지.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다르한이 워커 스타토토사이트 손잡이를 두 손으로 짚으며 웃었다.
골칫덩어리 쥐들을 구석으로 몰았으니 퍽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처음엔 그저 뭣 모르는 의사라고 생각했다. 운 좋게 해독제를 만들어 운 나쁘게 엮인, 겁 없는 계집.”
입에만 미소를 걸친 음산한 적갈색 눈동자가 샤르티를 훑었다.
저 보잘것없는 계집 하나가 모든 일을 그르쳤다.
“무시했지. 한데 무시할수록 몸집 롤토토사이트 날갯짓을 키우더니 바람의 방향을 바꾸려 들더군. 그렇게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날려버렸지 뭔가. 감히.”
[-후작님! 큰, 큰일 났습니다! 황궁에서 서신이 왔는데, 제국민의 고혈을 착취하는 귀족들을 도려내겠다며 황후 폐하께서 직접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아리스비얀을 통해 꼭두각시로 만든 황후가 변했다.
그간 황후궁에 다녀간 이는 단 한 사람.
첼로나르 백작가 대표로 사신단 연회에 참석했던 로난 베그리체 학자였다.
첼로나르 백작 습격을 대비라도 한 듯 대신 참석했던 로난 학자가 연회 후부터 황후궁에 드나드는 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브리덴드 후작! 소식 들었는가! 지금 귀족파 롤베팅 귀족들 가문으로 황실 감찰관이 파견되었네! 이를 어쩌는가!]
[절차상 브리덴드 후작님을 뵙고 여쭐 게 있습니다. 그간 투자 명목으로 만남을 가졌던 상단이 거래 품목과 장부, 이동 내역을 모두 거짓으로 기록했음을 확인했습니다. 무엇을 믿고 상단에 거액을 투자하셨는지 궁금하군요.]
사신단 환영 연회 후, 브리덴드 후작가와 귀족파를 향한 공격이 물밑에서 시작됐다.
그러자 브리덴드 후작저를 수없이 드나들며 뇌물을 바치던 귀족들이 하나둘씩 통제를 벗어났다.
외부의 압력에 의해, 시답잖은 기 싸움에 밀려서, 지레 겁을 먹어서.
깃털보다 가벼운 충성은 그새 얄팍한 배신으로 돌아왔다.
“내가 무엇을 쥐고 있는지 알면서도 납작 엎드리긴커녕 겁도 없이 이를 드러낼 수 있는 게 보잘것없는 평민의 날갯짓 때문이라니, 참 모욕적이야.”
우스웠다.
그리고 거슬렸다.
이때다 싶어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첼로나르 백작도, 여태 죽지도 않고 버티는 황제도, 숨죽이고 있는 그웬드힐 대공도, 도움 안 되는 귀족 놈들도.
전부 찢어 죽이고 싶은 충동에 다르한은 기회를 엿봤다.
[그웬드힐 대공저에 웬 신원미상의 여인이 묵고 있다고 합니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전해진 소식이었다.
그가 사생아를 주워 왔듯이 그웬드힐 대공도 뭔가를 주워 왔다니 퍽 궁금하지 않은가.
더욱이 공교로운 시기였다.
혹시 몰라 ‘에리스 비얀’을 통해 함정을 파두었다.
이동 스크롤의 좌표가 테인이 묵고 있는 방이었던 이유였다.
“한편으론 궁금하더군. 도대체 뭐길래, 무엇을 약속받았기에 그웬드힐과 손을 잡았는지. 파고들 틈은 없는지. 혹, 숨겨진 과거 같은 건 없는지 말이다.”
“…….”
“그리고 오늘, 퍽 재밌는 소식이 전해지더군.”
[-주인님. 그웬드힐 대공저에서 게더스 크노차프가 일을 벌였다 합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6년 전 그웬드힐 대공이 살려둔 크리아넷의 왕녀가 나타났답니다.]
재밌었다.
레오델트 그웬드힐과도, 아리스비얀과도, 롤배팅 흥미로운 관계들이 아닌가.
“사연 있는 줄 알았다면 내 쪽에서 큰 값을 치르고 모셔 왔을 텐데요. 그랬다면 이렇게 쥐새끼 취급은 받지 않았을 것을.”
하하하, 다르한이 웃음을 터트렸다.
지하에 울려 퍼지는 웃음 소리에 뒤에 숨은 테인이 움찔거렸다.
“그럼 이제 선택을 해보겠나.”
“…….”
“감히 후작저로 염탐하러 온 쥐새끼 첩자 노릇을 하다 잡힌 인질이 될 건지, 아니면 내 손을 잡고 원수인 그웬드힐 대공에게 복수를 할 건지. 전자를 택한다면 이곳에서 두 번 다시 나가지 못할 것이고, 후자를 택한다면 그웬드힐 대공을 노예로 부릴 수 있게 해주지.”
소드마스터를 노예로 부린다고?
샤르티가 설마 하는 눈으로 다르한을 쳐다보자 그가 픽 웃었다.
“정신은 온전치 않겠지만, 고문하기엔 적당한 노예일 테지.”
“…….”
샤르티는 북받쳐 오르는 분노에 이를 악물었다.
‘렌’은 때때로 먼 곳을 응시할 때가 많았다.
감정 한 톨 없는 눈으로 밤에 홀로 우두커니 숲을 응시할 때면 그의 등에선 외로움과 고독함이 엿보였었다.
자기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공허함 속을 방황하던 모습은 아직도 스타베팅 가슴에 박혀 있었다.
“선택하라고요?”
샤르티가 작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쪽 덕에 나는 이미 1년 전, 선택을 했어요.”
레오델트가 다르한이 만든 독에 당하지만 않았더라면 재회할 일도 없었다.
독에 의해 기억을 잃지만 않았더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그렇네.”
자조적으로 중얼거린 샤르티가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얼굴로 눈을 찡그렸다.
“당신만 아니었다면 내가 여기까지 오는 일은 없었을 텐데.”
다르한 브리덴드만 없었더라면 그 사람이 그렇게 살아오지도 않았을 테고, 롤드컵토토 일도 없을 것이다.
샤르티가 다르한을 노려봤다.
“내 원수를 향한 복수는 내 몫이니까, 당신은 상관 말고 빠져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정정해주자면…….”
샤르티가 덜덜 떨리는 입꼬리를 위로 쭉 올렸다.
최대한 재수 없어 보이는 비웃음을 달았다.
늘 표정 없던 누군가를 대신해, 그녀가 지을 수 있는 최고의 조소를 내보였다.
“나는 이곳에 숨어들어온 쥐새끼지만 당신은 제국을 갉아먹는 시궁창 쥐새끼만도 못하다는 거야.”
샤르티는 눈치가 빨랐다.
다르한에게 ‘에리스 비얀’의 정체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그간 ‘에리스 비얀’을 곁에 둔 것은 권력을 탐하는 욕망이 닮아 끌렸던 것뿐, 다르한은 아리스비얀이 그저 권력의 발판으로 삼을 수단에 불과했다.
“그런 당신 손을 잡으라니. 그딴 거짓말은 롤토토 살 먹은 아이도 안 속아.”
“뚫린 입이라고……!”
다르한이 위협적으로 워커 스틱을 치켜들 때였다.
“주, 주인님!”
지하로 내려온 브리덴드 후작 보좌관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큰일 났습니다! 동굴이, 동굴이 무너졌다 합니다!”
“뭐라?!”
다르한이 홱 고개 돌려 보좌관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보좌관의 손에는 영상 통신구가 들려져 있었다.
“첼로나르 백작이 나타나서는……!”
“백작이 기사들을 이끌고 후작령을 침범이라도 했단 말이냐!”
“기, 기사단이 아닙니다!”
시종이 눈을 질끈 감았다.
“웬 용병단을 고용해 용병들이 밭을 헤집고는 동굴까지 무너뜨렸답니다! 스타토토 동굴에 있던 마법사들까지 잡아들이고 있다고……!”
“……!”
샤르티가 눈을 크게 떴다.
첼로나르 백작이 고용할 용병단이라면 그녀가 제일 잘 알지 않은가.
‘할머니가 움직이신 거야!’
일그러진 다르한과 달리 샤르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다르한이 예민하게 반응한 ‘동굴’의 용도도 알아챘다.
‘자줏빛 독초를 건드려 후작의 시선을 돌리려는 거구나. 그럼 후작저 경비에 빈틈이 생길 테니까.’
샤르티가 테인의 손을 꽉 붙들었다.
똑똑한 테인도 용병단 얘기가 나오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고 있었다.
“……!”
그때 뭔가를 눈치챈 듯 다르한이 홱 그녀를 돌아봤다.
기이하게 번들거리는 눈과 마주친 순간 샤르티는 두려움을 느꼈다.
“은밀하게 기사들을 준비시켜라. 그리고, 여기는 잠그도록. 쥐새끼 하나 도망칠 수 없게 말이다.”
“그렇게는……!”
샤르티가 다급히 움직이려 하자 다르한이 품에서 낯익은 독약을 꺼냈다.
“이걸 쓰게 하고 싶지 않거든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다.”
다르한의 시선이 샤르티와 손을 잡고 있는 테인에게로 향했다.
명확한 시선의 의미에 샤르티가 욕설을 짓었다.
“아, 나도 저쪽에 선물을 해야 하니 친히 이곳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지. 그리울 과거를 재연해서 말이야.”
“……!”
샤르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을 보며 다르한이 지하를 떠났다.
다급한 보좌관의 발소리를 끝으로 지하의 유일한 출구가 닫혔다.
조용해진 공기에 숨이 막혔다.
곧 닥칠 위기를 감지하듯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선생님.”
무력함을 맛보던 그녀의 팔을 테인이 흔들었다.
“뭔가 나타났습니다.”
“……?”
테인의 손짓을 따라 고개를 돌린 샤르티의 눈이 커졌다.
“어?”
허공에 뜬 채 빛나고 있는 건 낯익은 서약서였다.
샤르티가 입을 막았다.
<이 마을의 누군가가 맹세를 어길 시 서약서가 선생님 눈앞에 다시 나타날 겁니다.>
동시에 마법 서약서가 작은 빛 입자들로 변하며 그녀의 손목을 감쌌다.
“와!”
서서히 사라지는 빛 입자를 바라보던 테인이 탄성을 내뱉었다.
“팔찌가 생겼습니다!”
“이게 뭐지……?”
갑자기 나타난 마법 서약서가 팔찌로 변한 상황에 샤르티가 어리둥절해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당장은 알 길이 없었다.
같은 시각, 브리덴드 후작저 근처까지 접근해 있던 비레나는 눈을 빛냈다.
“샤가 후작저에 있다는 게 확실한 거죠?”
그녀가 들고 있던 영상 통신구가 짧게 반짝였다.
“샤라면 테인과 만나 함께 있을 거예요! 정확한 위치까지 알려주세요.”
비레나가 통신하고 있는 건 세디피아 마을에 상주 중인 부탑주였다.
오늘 갑자기 대공저에 있어야 할 샤르티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비레타의 서신을 받은 비레나가 부탑주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다.
[샤에게 마법 서약서에 대해 들었어요! 그것도 마법인데 역으로 추적할 수 있지 않아요? 샤가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도와주세요.]
샤르티에게 들어둔 마법 서약서를 홀덤사이트 비레나의 기지였다.
서약한 맹세를 어길 시 서약서가 샤르티 눈앞에 나타나는 마법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마법이 샤르티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아닌가.
잠시 기다리라며 통신구가 빤짝거렸다.
절대적인 서약의 맹세를 약간 비트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법사들의 곡소리가 온라인홀덤 너머로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비레나는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게 저택이 조용해요. 경비는 그대로인 것도 이상하고. 아무래도 할머니가 오시기 전에 내가 직접 들어가야겠어요.”
크로플 용병단이 자줏빛 독초를 만들어내는 흑마법사 본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으니 분명 브리덴드 측도 상황을 파악했을 텐데 눈에 띄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비레나가 불안함을 억누르며 뒤를 힐끔거렸다.
비레나 덕에 샤르티 위치를 파악한 히로가 마찬가지로 통신구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벤, 주인님께 전해. 지금 브리덴드 쪽에 아가씨가 계신다고. -그래, 나도 지금 저택 안으로 들어가려……. 응? 이게 무슨 냄새지?”
바람이 불며 독한 기름 냄새와 탄내를 풍겼다.
눈이 마주친 히로와 비레나가 홀덤사이트 후작저를 돌아봤다.
“불, 불이잖아!”
순식간에 저택 반이 화마에 삼켜졌다.
주변까지 치솟는 불길에 히로가 비레나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를 피했다.
“-벤! 저택에 불이 났어! 분명 후작의 짓이야! 서둘러 후작령을 봉쇄……!”
목이 터져라 통신구에 외치던 히로는 거친 살기를 느끼고는 뒤를 돌아봤다.
방금까지 그들이 있던 곳에 나타난 이동 마법진 위로 피 냄새를 풍기는 레오델트가 서 있었다.
“……주인님!”
제어되지 않는 성난 오러와 이동 마법에 사용된 마나가 부딪혀 레오델트의 몸 곳곳에 상처를 냈다.
그러나 레오델트는 개의치 않고 검을 휘둘러 후작저 담벼락을 무너뜨렸다.
불길 속에 뛰어들려 하는 레오델트의 뒷모습에 히로가 막아서려 온라인홀덤 비레나가 더 빨랐다.
그녀가 부탑주와 연결된 통신구를 있는 힘껏 던졌다.
“샤가 안에 있어! 당장 그거 들고 가서 구해! 이번에는! 쫌! 구하라고!”
통신구를 낚아챈 레오델트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불길로 뛰어들었다.
현실로 나타난 악몽에 삼켜지지 않기 위해 검마저 던진 채였다.
“-샤르티!”
화마 속에서 포효를 내지르며 레오델트는 빌었다.
신께 마지막으로 빌었다.
모든 죄의 시작과 끝을 내가 짊어지겠으니, 부디 지금 펼쳐진 이 지옥에서 거둬가는 것은 내 목숨 뿐이기를.
더는 내가 앗아가지 못하도록 부디 내 소중한 연인을, 인연을 지켜주시옵소서.
렌이자 레오델트로서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마침내, 신께서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렌?”
마침내 찾았다.
작고 가녀린, 아름다운 나의 신이여.
레오델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 사람은, 날 죽일 생각이 없어.’
그럼에도 다르한 브리덴드는 위험해 보였다.
눈앞에서 검을 휘두르는 자보다 품속에 검을 감춘 자가 더 무서운 법이었다.
‘어쩌지.’
다르한 브리덴드가 혼자 내려왔다고 정말 그가 혼자겠는가.
위에 올라가면 그녀를 잡을 기사들이 진을 치고 있을 터였다.
샤르티는 마른침을 삼켰다.
당장 떠오르는 방법이랄게 없었다.
“생각할 게 많아 보이는군. 그래, 궁금하겠지.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다르한이 워커 스타토토사이트 손잡이를 두 손으로 짚으며 웃었다.
골칫덩어리 쥐들을 구석으로 몰았으니 퍽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처음엔 그저 뭣 모르는 의사라고 생각했다. 운 좋게 해독제를 만들어 운 나쁘게 엮인, 겁 없는 계집.”
입에만 미소를 걸친 음산한 적갈색 눈동자가 샤르티를 훑었다.
저 보잘것없는 계집 하나가 모든 일을 그르쳤다.
“무시했지. 한데 무시할수록 몸집 롤토토사이트 날갯짓을 키우더니 바람의 방향을 바꾸려 들더군. 그렇게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날려버렸지 뭔가. 감히.”
[-후작님! 큰, 큰일 났습니다! 황궁에서 서신이 왔는데, 제국민의 고혈을 착취하는 귀족들을 도려내겠다며 황후 폐하께서 직접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아리스비얀을 통해 꼭두각시로 만든 황후가 변했다.
그간 황후궁에 다녀간 이는 단 한 사람.
첼로나르 백작가 대표로 사신단 연회에 참석했던 로난 베그리체 학자였다.
첼로나르 백작 습격을 대비라도 한 듯 대신 참석했던 로난 학자가 연회 후부터 황후궁에 드나드는 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브리덴드 후작! 소식 들었는가! 지금 귀족파 롤베팅 귀족들 가문으로 황실 감찰관이 파견되었네! 이를 어쩌는가!]
[절차상 브리덴드 후작님을 뵙고 여쭐 게 있습니다. 그간 투자 명목으로 만남을 가졌던 상단이 거래 품목과 장부, 이동 내역을 모두 거짓으로 기록했음을 확인했습니다. 무엇을 믿고 상단에 거액을 투자하셨는지 궁금하군요.]
사신단 환영 연회 후, 브리덴드 후작가와 귀족파를 향한 공격이 물밑에서 시작됐다.
그러자 브리덴드 후작저를 수없이 드나들며 뇌물을 바치던 귀족들이 하나둘씩 통제를 벗어났다.
외부의 압력에 의해, 시답잖은 기 싸움에 밀려서, 지레 겁을 먹어서.
깃털보다 가벼운 충성은 그새 얄팍한 배신으로 돌아왔다.
“내가 무엇을 쥐고 있는지 알면서도 납작 엎드리긴커녕 겁도 없이 이를 드러낼 수 있는 게 보잘것없는 평민의 날갯짓 때문이라니, 참 모욕적이야.”
우스웠다.
그리고 거슬렸다.
이때다 싶어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첼로나르 백작도, 여태 죽지도 않고 버티는 황제도, 숨죽이고 있는 그웬드힐 대공도, 도움 안 되는 귀족 놈들도.
전부 찢어 죽이고 싶은 충동에 다르한은 기회를 엿봤다.
[그웬드힐 대공저에 웬 신원미상의 여인이 묵고 있다고 합니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전해진 소식이었다.
그가 사생아를 주워 왔듯이 그웬드힐 대공도 뭔가를 주워 왔다니 퍽 궁금하지 않은가.
더욱이 공교로운 시기였다.
혹시 몰라 ‘에리스 비얀’을 통해 함정을 파두었다.
이동 스크롤의 좌표가 테인이 묵고 있는 방이었던 이유였다.
“한편으론 궁금하더군. 도대체 뭐길래, 무엇을 약속받았기에 그웬드힐과 손을 잡았는지. 파고들 틈은 없는지. 혹, 숨겨진 과거 같은 건 없는지 말이다.”
“…….”
“그리고 오늘, 퍽 재밌는 소식이 전해지더군.”
[-주인님. 그웬드힐 대공저에서 게더스 크노차프가 일을 벌였다 합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6년 전 그웬드힐 대공이 살려둔 크리아넷의 왕녀가 나타났답니다.]
재밌었다.
레오델트 그웬드힐과도, 아리스비얀과도, 롤배팅 흥미로운 관계들이 아닌가.
“사연 있는 줄 알았다면 내 쪽에서 큰 값을 치르고 모셔 왔을 텐데요. 그랬다면 이렇게 쥐새끼 취급은 받지 않았을 것을.”
하하하, 다르한이 웃음을 터트렸다.
지하에 울려 퍼지는 웃음 소리에 뒤에 숨은 테인이 움찔거렸다.
“그럼 이제 선택을 해보겠나.”
“…….”
“감히 후작저로 염탐하러 온 쥐새끼 첩자 노릇을 하다 잡힌 인질이 될 건지, 아니면 내 손을 잡고 원수인 그웬드힐 대공에게 복수를 할 건지. 전자를 택한다면 이곳에서 두 번 다시 나가지 못할 것이고, 후자를 택한다면 그웬드힐 대공을 노예로 부릴 수 있게 해주지.”
소드마스터를 노예로 부린다고?
샤르티가 설마 하는 눈으로 다르한을 쳐다보자 그가 픽 웃었다.
“정신은 온전치 않겠지만, 고문하기엔 적당한 노예일 테지.”
“…….”
샤르티는 북받쳐 오르는 분노에 이를 악물었다.
‘렌’은 때때로 먼 곳을 응시할 때가 많았다.
감정 한 톨 없는 눈으로 밤에 홀로 우두커니 숲을 응시할 때면 그의 등에선 외로움과 고독함이 엿보였었다.
자기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공허함 속을 방황하던 모습은 아직도 스타베팅 가슴에 박혀 있었다.
“선택하라고요?”
샤르티가 작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쪽 덕에 나는 이미 1년 전, 선택을 했어요.”
레오델트가 다르한이 만든 독에 당하지만 않았더라면 재회할 일도 없었다.
독에 의해 기억을 잃지만 않았더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그렇네.”
자조적으로 중얼거린 샤르티가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얼굴로 눈을 찡그렸다.
“당신만 아니었다면 내가 여기까지 오는 일은 없었을 텐데.”
다르한 브리덴드만 없었더라면 그 사람이 그렇게 살아오지도 않았을 테고, 롤드컵토토 일도 없을 것이다.
샤르티가 다르한을 노려봤다.
“내 원수를 향한 복수는 내 몫이니까, 당신은 상관 말고 빠져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정정해주자면…….”
샤르티가 덜덜 떨리는 입꼬리를 위로 쭉 올렸다.
최대한 재수 없어 보이는 비웃음을 달았다.
늘 표정 없던 누군가를 대신해, 그녀가 지을 수 있는 최고의 조소를 내보였다.
“나는 이곳에 숨어들어온 쥐새끼지만 당신은 제국을 갉아먹는 시궁창 쥐새끼만도 못하다는 거야.”
샤르티는 눈치가 빨랐다.
다르한에게 ‘에리스 비얀’의 정체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그간 ‘에리스 비얀’을 곁에 둔 것은 권력을 탐하는 욕망이 닮아 끌렸던 것뿐, 다르한은 아리스비얀이 그저 권력의 발판으로 삼을 수단에 불과했다.
“그런 당신 손을 잡으라니. 그딴 거짓말은 롤토토 살 먹은 아이도 안 속아.”
“뚫린 입이라고……!”
다르한이 위협적으로 워커 스틱을 치켜들 때였다.
“주,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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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습니다! 동굴이, 동굴이 무너졌다 합니다!”
“뭐라?!”
다르한이 홱 고개 돌려 보좌관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보좌관의 손에는 영상 통신구가 들려져 있었다.
“첼로나르 백작이 나타나서는……!”
“백작이 기사들을 이끌고 후작령을 침범이라도 했단 말이냐!”
“기, 기사단이 아닙니다!”
시종이 눈을 질끈 감았다.
“웬 용병단을 고용해 용병들이 밭을 헤집고는 동굴까지 무너뜨렸답니다! 스타토토 동굴에 있던 마법사들까지 잡아들이고 있다고……!”
“……!”
샤르티가 눈을 크게 떴다.
첼로나르 백작이 고용할 용병단이라면 그녀가 제일 잘 알지 않은가.
‘할머니가 움직이신 거야!’
일그러진 다르한과 달리 샤르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다르한이 예민하게 반응한 ‘동굴’의 용도도 알아챘다.
‘자줏빛 독초를 건드려 후작의 시선을 돌리려는 거구나. 그럼 후작저 경비에 빈틈이 생길 테니까.’
샤르티가 테인의 손을 꽉 붙들었다.
똑똑한 테인도 용병단 얘기가 나오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고 있었다.
“……!”
그때 뭔가를 눈치챈 듯 다르한이 홱 그녀를 돌아봤다.
기이하게 번들거리는 눈과 마주친 순간 샤르티는 두려움을 느꼈다.
“은밀하게 기사들을 준비시켜라. 그리고, 여기는 잠그도록. 쥐새끼 하나 도망칠 수 없게 말이다.”
“그렇게는……!”
샤르티가 다급히 움직이려 하자 다르한이 품에서 낯익은 독약을 꺼냈다.
“이걸 쓰게 하고 싶지 않거든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다.”
다르한의 시선이 샤르티와 손을 잡고 있는 테인에게로 향했다.
명확한 시선의 의미에 샤르티가 욕설을 짓었다.
“아, 나도 저쪽에 선물을 해야 하니 친히 이곳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지. 그리울 과거를 재연해서 말이야.”
“……!”
샤르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을 보며 다르한이 지하를 떠났다.
다급한 보좌관의 발소리를 끝으로 지하의 유일한 출구가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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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함을 맛보던 그녀의 팔을 테인이 흔들었다.
“뭔가 나타났습니다.”
“……?”
테인의 손짓을 따라 고개를 돌린 샤르티의 눈이 커졌다.
“어?”
허공에 뜬 채 빛나고 있는 건 낯익은 서약서였다.
샤르티가 입을 막았다.
<이 마을의 누군가가 맹세를 어길 시 서약서가 선생님 눈앞에 다시 나타날 겁니다.>
동시에 마법 서약서가 작은 빛 입자들로 변하며 그녀의 손목을 감쌌다.
“와!”
서서히 사라지는 빛 입자를 바라보던 테인이 탄성을 내뱉었다.
“팔찌가 생겼습니다!”
“이게 뭐지……?”
갑자기 나타난 마법 서약서가 팔찌로 변한 상황에 샤르티가 어리둥절해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당장은 알 길이 없었다.
같은 시각, 브리덴드 후작저 근처까지 접근해 있던 비레나는 눈을 빛냈다.
“샤가 후작저에 있다는 게 확실한 거죠?”
그녀가 들고 있던 영상 통신구가 짧게 반짝였다.
“샤라면 테인과 만나 함께 있을 거예요! 정확한 위치까지 알려주세요.”
비레나가 통신하고 있는 건 세디피아 마을에 상주 중인 부탑주였다.
오늘 갑자기 대공저에 있어야 할 샤르티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비레타의 서신을 받은 비레나가 부탑주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다.
[샤에게 마법 서약서에 대해 들었어요! 그것도 마법인데 역으로 추적할 수 있지 않아요? 샤가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도와주세요.]
샤르티에게 들어둔 마법 서약서를 홀덤사이트 비레나의 기지였다.
서약한 맹세를 어길 시 서약서가 샤르티 눈앞에 나타나는 마법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마법이 샤르티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아닌가.
잠시 기다리라며 통신구가 빤짝거렸다.
절대적인 서약의 맹세를 약간 비트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법사들의 곡소리가 온라인홀덤 너머로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비레나는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게 저택이 조용해요. 경비는 그대로인 것도 이상하고. 아무래도 할머니가 오시기 전에 내가 직접 들어가야겠어요.”
크로플 용병단이 자줏빛 독초를 만들어내는 흑마법사 본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으니 분명 브리덴드 측도 상황을 파악했을 텐데 눈에 띄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비레나가 불안함을 억누르며 뒤를 힐끔거렸다.
비레나 덕에 샤르티 위치를 파악한 히로가 마찬가지로 통신구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벤, 주인님께 전해. 지금 브리덴드 쪽에 아가씨가 계신다고. -그래, 나도 지금 저택 안으로 들어가려……. 응? 이게 무슨 냄새지?”
바람이 불며 독한 기름 냄새와 탄내를 풍겼다.
눈이 마주친 히로와 비레나가 홀덤사이트 후작저를 돌아봤다.
“불, 불이잖아!”
순식간에 저택 반이 화마에 삼켜졌다.
주변까지 치솟는 불길에 히로가 비레나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를 피했다.
“-벤! 저택에 불이 났어! 분명 후작의 짓이야! 서둘러 후작령을 봉쇄……!”
목이 터져라 통신구에 외치던 히로는 거친 살기를 느끼고는 뒤를 돌아봤다.
방금까지 그들이 있던 곳에 나타난 이동 마법진 위로 피 냄새를 풍기는 레오델트가 서 있었다.
“……주인님!”
제어되지 않는 성난 오러와 이동 마법에 사용된 마나가 부딪혀 레오델트의 몸 곳곳에 상처를 냈다.
그러나 레오델트는 개의치 않고 검을 휘둘러 후작저 담벼락을 무너뜨렸다.
불길 속에 뛰어들려 하는 레오델트의 뒷모습에 히로가 막아서려 온라인홀덤 비레나가 더 빨랐다.
그녀가 부탑주와 연결된 통신구를 있는 힘껏 던졌다.
“샤가 안에 있어! 당장 그거 들고 가서 구해! 이번에는! 쫌! 구하라고!”
통신구를 낚아챈 레오델트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불길로 뛰어들었다.
현실로 나타난 악몽에 삼켜지지 않기 위해 검마저 던진 채였다.
“-샤르티!”
화마 속에서 포효를 내지르며 레오델트는 빌었다.
신께 마지막으로 빌었다.
모든 죄의 시작과 끝을 내가 짊어지겠으니, 부디 지금 펼쳐진 이 지옥에서 거둬가는 것은 내 목숨 뿐이기를.
더는 내가 앗아가지 못하도록 부디 내 소중한 연인을, 인연을 지켜주시옵소서.
렌이자 레오델트로서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마침내, 신께서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렌?”
마침내 찾았다.
작고 가녀린, 아름다운 나의 신이여.
레오델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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