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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겟죠? 이스포츠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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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빈목도
작성일23-05-18 17:12 조회1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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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턴은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목숨을 내던져 이사벨라를 구했으니, 두 다리로 값을 치른 건 오히려 싸게 먹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를 원망하진 않나요?”

헤일린이 브릭스턴의 무릎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지금 헤일린의 손짓에도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다.

무릎 아래로 감각이 완전히 마비된 것이다.

브릭스턴이 헤일린의 손을 붙들었다.

하도 울어서 붉게 부푼 눈동자가 브릭스턴을 향했다.

이 여자 눈에서 눈물을 마를 일 없게 만든 건 브릭스턴이다.

브릭스턴은 헤일린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지 불행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세상사, 뜻대로 되는 건 없다더니 그건 여전했다.

브릭스턴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내가 당신을 원망할 이유가 어딨어.”

브릭스턴의 목소리가 엉망인 채로 툭 하고 튀어나왔다.


“억지로 당신 숨을 붙여놓은 것도 나, 당신이 누워만 있는 걸 견디지 못하겠어서 로샤의 눈물을 먹인 것도 나. 내가 한 결정이지 당신의 의지는 아니었잖아요.”

헤일린의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렸다.

처음, 브릭스턴의 부상 소식을 접했을 때는 그의 목숨을 붙여만 달라고 신께 기도했었다.

그러다가 운 좋게 그 기도가 통했다.

브릭스턴의 핏줄에 검은 뱀의 기운이 스며 있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행복했다.

분명 처음에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쥘 수 있음에 행복했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헤일린의 행복도 점점 바닥났다.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이사벨라를 돌보는 것도, 생각지도 않았던 임시 영주의 역할도.

헤일린은 브릭스턴이 너무 필요했다.

헤일린마저 무너지면 힐로샤인을 지탱해줄 사람이 없어 굳건하게 버텼다.

밤이 되면 무너졌다.

말라가는 브릭스턴의 손을 붙들고 기도했다.


‘내게 돌아와요, 브릭스턴…… 나는 당신이 필요해. 제발 나를 혼자 두지 말아요.’

그러다가 신이 다시 한번 헤일린에게 응답했다.

마지막 로샤의 눈물이 나타난 것이다.

절벽에 몰린 헤일린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까?

이건 예견된 끝이었다.

헤일린은 그녀를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헤일린.”

브릭스턴이 헤일린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녀를 제 다리 위에 걸터앉게 한 브릭스턴이 눈물을 닦아 냈다.

헤일린의 마른 뺨이 신경 쓰였다.

브릭스턴은 그가 눈을 뜰 수 있음에, 헤일린을 다시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사벨라를 홀로 두지 않게 되었다는 생각에 기뻤다.


“이 두 다리는 당신과 이사벨라를 지켜낸 훈장이라고 생각해. 나는 조금도 이게 부끄럽지도 않고, 원망스럽지도 않아.”

브릭스턴이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신 말대로 내가 치기 어린 어린애였다면 원망했을지도 몰라. 내 몸의 장애가 부끄러웠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냐.”

브릭스턴이 쓰게 웃었다.


“난 살아남음으로써 당신과 이사벨라의 곁에 남았고, 레니샤의 힘이 되어줄 수 있게 됐어. 다른 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지 않은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브릭스턴이 헤일린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리는 손길에는 감출 수 없는 애정이 가득했다.


“살아남은 걸로 감사해.”

헤일린이 큰 숨과 함께 눈물을 터뜨렸다.

브릭스턴이 이토록 강한 사람이라 다행이었다. 정말로.

***

이사벨라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어린 시절부터 이사벨라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평범한 어린아이들처럼 사는 건 이미 포기했다.

이제 와 이사벨라가 바라는 건 단 하나.


“모두 행복하게 해주세요.”

이사벨라의 목소리 끝이 살짝 떨렸다.

이사벨라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전부 떠나거나 다치거나,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이사벨라의 커다란 눈동자에 눈물이 아른거렸다.

이제 이사벨라는 사람들을 만나고 감정을 주고받는 게 무서웠다.

이사벨라가 웅크리고 앉은 채로 하늘을 응시했다.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이 녹아내리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상처가 다 낫기도 전에 새로운 상처가 깊이를 더한 까닭이었다.

발코니 아래 정원에 있던 기사들이 아이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들었다.


“……저 꼬맹이가 뭘 안다고.”

“내 말이 그 말이오. 어린애가 이런 일을 겪고 살겠소, 어디?”

“쯔즛. 어린 아가씨가 겪을 일들은 아니었지. 확실히.”

이사벨라의 잿빛 눈동자는 전쟁과 죽음의 상징이었다.

분홍빛 눈동자가 잿빛으로 바래기까지 얼마나 큰 고통이 있었겠는가.

기사들이 풀잎을 질근질근 으며 대화를 이어 갔다.


“아가씨 저대로 둘 거야?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뭘 하고 싶은 거요?”

“왜, 그. 아가씨를 배신한 그 집사 놈.”

“그 도망자?”

“그놈이라도 잡아다가 족을 쳐…….”

기사들이 험악한 말들을 주고받았다.

이사벨라가 저렇게 힘없이 앉아 있는 얼굴을 볼 때마다 속상한 건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제도로 모시고 가는 건 어떻소. 거기가 여기보다는 사정이 낫겠지.”

“제도가?”

“레니샤 부인이 계시고, 카시우스 공작이 계시니 말이오. 이번에 이족들이 제도로 간다던데, 그 행렬에 끼는 건 어떻겠느냐는 거지.”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환경을 바꿔주는 것도 좋지.”

기사들이 모종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헤일린에게 이사벨라의 여행이 건의되었다.

이사벨라가 기력 없이 방에만 있는 것보다는 레니샤에게 가는 것도 괜찮을 거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사벨라의 주치의와 유모, 그리고 브릭스턴과 논의한 결과였다.

사실 지금의 힐로샤인은 브릭스턴의 상황을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런 복잡한 이유로 이사벨라의 여행이 결정되었다. 빠른 속도로.

***

한편, 제도의 상황도 하루,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레니샤를 중심으로 한 세력들은 금세 제도를 장악했다.

렉서스의 편에 섰었던 귀족들도 변절하여 레니샤의 손을 들었다.

신전에서조차 레니샤의 신성성을 보장하고 나서니 황위의 주인인 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히엔트리의 하늘이 뒤집힌 것이다.

레니샤는 그녀의 등극을 위해서 흘린 피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여, 그들을 이스포츠베팅 의미에서 대관식은 1년 후로 미뤄두었다.

그런 허례허식을 챙기기 전에 레니샤가 수습해야 할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렉서스가 엉망으로 망쳐놓은 것들을 정상화해야 했다.

폭군의 눈을 피해 뒤에서 딴짓하는 자들을 엄하게 다스려야 했고, 대놓고 렉서스의 발가락을 빨면서 기생하던 귀족들은 쳐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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