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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빈목도
작성일23-05-25 16:34 조회1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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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저건 밝고 힘찬 게 아니라, 멍청하고 까칠한 거지!”

뒤에서 나타난 이사벨라가 아디라를 달랬다. 하지만 잘 통하지는 않았다.

최근 부쩍 크면서 생각이 많아진 아디라에게는 여전히 애들처럼 구는 사내아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멍청? 야, 말 다 했냐!”

“다 못 했다! 그래도 네가 직인씩이나 됐다고 아줌마가 일찍 오라는 말 못 들었어? 종 친지가 언젠데 아직 여기서 드잡이질이나 하는 건데?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그만.”

목소리가 커지고 본격적으로 싸움이 커질 것 같아지자, 사람 좋게 웃던 이사벨라가 나섰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에 투덕대던 두 아이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륜스이 집 아이 중에서는 가장 부드럽고 자상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이사벨라였다. 그녀는 어지간한 일로는 화내지도 않았고 투덜대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 번 화를 내면 가장 무섭게 돌변하는 사람도 이사벨라였다.

언젠가 다른 반 아이들이 륜스이의 아이들을 부모가 없다며 놀린 적이 있었다.

그때 아이들은 지상에 강림한 악마를 봤다. 표정 하나 없이 놀리던 아이를 뺨이 퉁퉁 부어서 원래 얼굴이 어땠는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때리던 이사벨라는 정말로 무서웠다.

그러니 갑자기 차가워진 목소리에 아이들이 조용해질 수밖에.

이사벨라는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두 녀석을 조곤조곤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이르기 시작했다.

“일단 오늘은 벤을 축하하려고 파티까지 준비한 날이잖아. 너무 그러지 마. 알았지?”

“어, 응···”

“벤 너도 그래. 열심히 해서 성과를 얻은 건 좋지만, 너무 으스대면 안 되지. 사부님이 하신 말씀 잊었어? 지금 빨리 간다고 멀리 간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셨잖아.”

륜스이는 아이들이 빠른 성취에 목메기를 바라지 않았다.

아이 여럿을 키우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더 그런 부분에 마음이 쓰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람마다 재능 있는 분야가 다르다. 가진 재능의 양도 다르다.

당연히 처음에는 재능 있는 사람이 더 빨리 치고 나가는 게 세상 이치다. 하지만 빨리 치고 나가는 사람을 보고 초조해하거나 집착할 필요는 또 없다.

평생 검에 살면서 륜스이는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개중에는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만한 천재도 있었고, 누가 봐도 느릿느릿한 둔재도 있었다. 하지만 검을 놓는 날, 어느 위치에 있는가는 전부 제각각이었다.

오직 중요한 것은 바르게 걷는 것이니, 륜스이는 아이들도 그 사실을 깨닫기 바랐다.

“응··· 그러셨지.”

“리카르도 오빠야 이제 어른이니까 예외로 둔다고 쳐도, 우리 중에서 성취로 치면 아디나 언니만 한 사람 있어?”

“어, 아니. 솔직히 누나는 좀 반칙이지. 사람이.”

당장 륜스이의 제자들 사이에서도 검술에 대한 재능은 천차만별이었다.

천고의 재능을 가진 아디라와 아디나가 있었고, 기술적인 재능은 평균보다 못한 리카르도도 있었다.

바르게 가르친다면, 그저 걷는 속도가 다를 뿐이다.

륜스이는 그렇게 생각했기에 보석 같은 아이들이 당장의 성취로 괴로워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바르게 걷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두고두고 가르친 건 그래서였다. 덕분에 사부님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떠올린 벤은 그제야 제 잘못을 깨닫고 시무룩한 얼굴로 사과했다.

“미안, 내가 너무 들떴나 봐.”

“어휴,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앞으로는 안 그럴 거지?”

“어··· 너무 자랑하진 않을게. 그래도 내가 언젠가 마스터가 되면 그땐 자랑 좀 해도 되지?”

“푸하하하! 그래, 그땐 얼마든지 들어줄게.”

잠깐 풀이 죽나 했더니, 그새 기가 살아서 능글맞게 묻는 모습에 끝내 이사벨라도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시원한 웃음소리 속에서 아이들의 오후가 저물어갔다.

***

안코나의 부두는 본래 거대했다.

로란체와 함께 대륙 제일의 항구 도시를 다퉜으니 부두도 명성에 어울리는 크기였으니까.

단순히 크기만 큰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목재 부두가 일상적인 시대였지만 안코나는 달랐다. 말뚝을 박아 돌판을 덮는 안코나 특유의 방식은 물론이고 옛 제국 시절의 콘크리트 공법까지 사용해 단단하게 만든 부두는 도시의 자랑이었다.

“어이! 무역 선단 들어온다!”

“뭐? 아··· 이런 미친! 저게 뭐야! 무역 선단이라며!”

규모가 큰 만큼 부두에 입항하려면 꽤 피곤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다른 부두처럼 일단 만 안으로 밀고 들어와서 정박부터 하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관리자의 허가를 받아 순서대로 정박해야 한다.

덕분에 오늘도 수평선을 바라보며 쉼 없이 깃발로 신호를 보내던 관리자가 비명을 토해냈다.

“스무 척도 넘잖아! 미친! 저거 그냥 해적 아니냐?”

“해적이면 해군이 통과시켜 줬겠냐? 미친 소리 하지 말고 준비나 해!”

“끄아아악! 엘리안님, 맙소사!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별 시답잖은 일로 신까지 찾는 동료의 모습에 같이 일하던 친구가 험악한 얼굴로 외쳤다.

“닥쳐! 징징대지 마! 그래도 저거 거의 다 나포 선박이라 선거로 직행하니까, 야근까지는 안 해도 될 거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해놓고 야근했잖아!”

“아, 그때는 어쩔 수 없었고! 배가 늘어났잖아!”

“어쩐지 오늘은 더 홀덤추천 것 같네.”

아이들은 오늘따라 더 부산스럽게 느껴지는 부둣가를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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