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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배당 이용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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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지나무
작성일23-06-16 20:16 조회1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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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겠습니다. 하면 바로 떠날 준비를 하면 될까요?” “그게 좋겠소. 소저는 내일 신시가 되면 향화객 사이에 섞여 무당산을 내려가시오. 노도를 만났던 객잔 기억나시오? 축시에 녀석을 그쪽으로 보내리다.” “네. 어르신.” 롤드컵배당되면 바로 균현을 떠나는 게 좋겠소. 먼 길을 떠나는 인파가 많은 시기라 이른 새벽에 출발해도 의심을 사지 않을 거요.” “그러겠습니다.”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답하자 미소 지은 태극검선이 느릿하게 기막을 거뒀다. “당 어르신께서는 아직 폐관 중이신가?” “네. 아직 다른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롤드컵배당그 경지에 또 어떤 벽을 넘으려 하시는 건지 노도도 궁금하구려. 하늘에라도 닿고자 하시는 겐지.” 껄껄 웃으며 감탄한 그는 할아버지의 소싯적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를 객청까지 데려다주었다. 태극검선도 후기지수로 강호에 발을 들인 시절부터 할아버지와 연이 깊은 듯했다. 무림맹에 몸담거나 거쳐 간 사람들이 하나같이 할아버지와 잘 알고 있는 걸 보면, 할아버지가 사천에 칩거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십수 년 전 일이겠지만, 할아버지 나이를 생각하면 말년까지 맹의 업무에 혹사당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앞으로는 무림맹 근처에도 안 간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새로이 받은 방에 들어서자 주령이 쪼르르 달려와 내 어깨를 타고 올랐다. 녀석의 투실투실한 볼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주령. 너 또 뭐 얻어먹고 왔지.” “키이.” “도관에서 고기 얻어먹고 다니는 담비는 너뿐일 거야.” 주령을 가볍게 쓰다듬어준 나는 소지품을 늘어놓고 정리를 시작했다. 무당산을 떠난 뒤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단단히 대비해두는 게 좋을 듯싶었다. 숫돌을 꺼내 암기의 날을 세우고 기름을 먹여 무명천으로 반질반질하게 닦았다. 암기 손질에 집중하며 연량에게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하는데, 조용히 다가온 마 부인이 주전부리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았다. “감사합니다, 부인. 한데 이 시간까지 안 주무셨어요?” 그는 대답 대신 씁쓸하게 물었다. “가는 거요?” “네. 부인.” “겨울은 나고 갈 줄 알았더니.” 중얼거린 마 부인은 조금 섭섭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늙은이 살아생전에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구먼.”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또 뵈어야죠. 제가 인사드리러 올게요.” “그럴 필요 없다우. 회자정리요, 거자필반이라 하지 않소. 지나간 연은 신경 쓰지 마시오, 아가씨. 그간 즐거웠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오.” “……네.” “적적한 늙은이 성질머리 받아내느라 고생했수.” “저야말로 신세를 지고 갑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부인.” 몸을 일으켜 정중히 포권하자 주름진 눈을 휘며 웃은 마 부인이 내 손을 쓰다듬었다. 나도 마 부인의 손등을 토닥였다. “건강이 최고라오. 어디를 가더라도 잘 자고, 잘 먹고.” “네. 부인.” “잠이 안 올 때는 콩물이나 대추를 좀 달여 드시오. 아가씨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잠을 못 자는 거요.” “아하하, 네.” “젖은 머리로 물 뚝뚝 흘리며 돌아다니는 버릇 좀 고치고. 또…….” 마 부인은 쉽게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나를 붙잡고 이런저런 당부의 말을 늘어놓았다. 애정이 어린 조언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숨을 내쉰 마 부인이 내 뺨을 어루만졌다. “혼자 너무 많은 걸 짊어지려 하지 마시오, 아가씨.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강호라지만, 사람이 어찌 홀로 세상을 살겠소. 가끔은 등 뒤를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오.” 그가 무얼 염려하는지 알아서일까. 어쩐지 목이 잠겨 대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네, 부인. 그럴게요.” 힘겹게 목소리를 내자 코를 훌쩍인 마 부인이 고개를 숙이며 등을 돌렸다. “이런. 먼 길 갈 사람을 늙은이가 억지로 붙잡아 두었구먼. 그만 쉬시오, 아가씨.” 그는 내가 무어라 말할 틈도 없이 빠르게 객청을 빠져나갔다. 마 부인의 온기가 남은 뺨을 가만히 쓸어본 나는 다시 물건 정리를 이어 나갔다. * * *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는 묘시가 가까운 새벽이었다. 하원절 행사 때문인지 새벽 수련을 하는 무인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외원과 내원을 바쁘게 오가는 수많은 이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저리 바빠서야 도장들이랑 인사하기는 어렵겠는데. 서찰이라도 남기고 가야 하나. 고민하며 붓과 벼루를 바라보는데,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당 소저.” 진성의 목소리였다. 슬그머니 방문을 열자 언제나처럼 단정한 모습으로 서 있는 진성이 보였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이더니,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이 아니면 인사드릴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찾아뵈었습니다.” 진성은 내가 오늘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기색이었다. “안 그래도 언제 인사를 드리나 했는데, 도장이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마음이 놓이네요. 감사해요, 도장.” “아닙니다. 얻고자 하던 것은 얻으셨습니까?” 영문 모를 소리에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가 내 성취를 물었다는 걸 깨닫고는 환하게 웃었다.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보았으니 만족해요. 다 도장 덕이에요. 송화 도장에게 하셨던 조언에서 실마리를 얻었거든요.” 내 대답에 진성도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보다 다른 분들께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리고 가서 어쩌죠. 이렇게 급작스럽게 가게 될 줄은 몰랐어요.” “괜찮습니다. 이해할 겁니다.” “저 대신 도장이 안부 전해주세요. 송화 도장에게는 정말 감사했다고 꼭 말씀해주시고요. 여러모로 잘 챙겨주셨거든요.” “그리 전하겠습니다.” 답한 진성이 땅을 바라보며 입을 달싹였다. 그는 무언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 묘한 분위기에 나도 조용히 서서 그를 기다렸다. 곧 동이 트며 객청의 마당이 여명으로 물들었다. 발밑으로 그림자가 지자, 머뭇거리던 진성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오묘한 눈동자에 조금씩 어른 태가 나기 시작한 내 모습이 비쳤다. 한참 망설이던 그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저, 소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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